<프레스아리랑> 공동대표인 최재영 목회학 박사가 민주노총기관지인 <노동과 세계>에 [최재영의 북녘노동자 이야기] 연재를 시작했다. 다음은 그 기사의 전문이다.

 

<노동과 세계>를 통해 민주노총 회원 여러분들과 2020년 4월~11월까지 8회에 걸쳐 북측 노동자들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어 무척 반갑습니다.  1회는 북조선(북한)이라는 국가를 이끌고 있는 “조선로동당”에 대해 알아 보았습니다. 당 명칭에 “로동”이란 단어가 들어갔고 로고(마크)에도 노동자들을 상징하는 망치와 낫과 붓을 그려 넣었기 때문에 뭔가 노동자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처럼 북녘의 정치체제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알게 되면 북측의 노동정책과 노동자들에 대한 이해가 쉽습니다. [필자 주]

 

노동자 출신의 탈북 여성 효주씨는 2014년 “나는 나는 될 터이다 로동자가 될 터이다”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북에서 살았던 경험을 언론에 연재한 적이 있다. 북에서도 누구나 자신이 선망하는 직업이 있기 마련인데 그녀는 다기능 운전사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북에서도 운전사라는 직업이 아주 선망의 대상은 아니지만 그녀가 운전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집안에 운전사가 무려 4명이나 있어서 주변에서는 “운전사 가족”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업처럼 이어져 왔고 안정적인 직업군에 속했기 때문이다.

효주씨가 어린 시절 꿈이 노동자가 되는 것이 소원일 정도로 북에서의 노동자들은 직업적인 면에서 확고하고 안정적인 것은 사실이다. 자본주의 남측사회에서는 많은 이들이 “회장님”, “사장님” 혹은 “이사장님”, “대표님”으로 불리는 것을 선망의 대상으로 삼는다. 천 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남측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길거리나 모임에서 상대를 향해 “노동자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노동자”라는 명칭 자체를 타인도 본인도 그다지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는듯하다. 이는 노동을 천시하는 예로부터 내려온 정서와 사상이 아직도 뿌리 깊게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주의 북측은 노동자들에 대한 정책과 처우개선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 되길래 어린 소녀의 꿈이 노동자가 될 수 있는지 우선 제도와 법규 위주로 알아보도록 하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 헌법에는 “공화국의 주권은 로동자, 농민, 군인, 근로 인테리를 비롯한 근로인민에게 있다”를 필두로 “공화국은 로동 계급이 령도하는 로농동맹에 기초한 전체 인민의 정치사상적 통일에 의거 한다”는 등 노동 계급과 관련한 조항들이 자주 등장한다. 또한 노동자들과 관련된 여러 조항들이 헌법에 확고하게 명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제도적 장치들이 뒷받침하고 보장하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조항을 실무적으로 시행하는 중앙행정기관은 내각의 로동성이다. 로동성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향상과 개선, 노동환경에 대한 지도감독은 물론 노동자들의 인권 후생을 책임진다. 또한 노동력 수급과 임금 등 노동관련 계획을 종합하여 내각의 국가계획위원회, 재정성, 수매량정성 등과 함께 공조하여 각 부문의 노동력 소요량을 심의 확정하여 각 도, 시, 군, 구역 인민위원회의 노동행정 부서에 시달하는 제도적 역할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직업 안정을 관장하며 실업대책과 직업훈련, 노동조합 지도관리에 관한 사무를 총관장하고 각 도, 시, 군, 구역 인민위원회의 노동행정 부서 네트워크를 통해 노동정책과 행정을 시행하는 등 노동자들만을 위해 복무하는 기관이다.

그렇다면 북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노동력의 수요와 공급이 원활하게 유지 될 수 있을까? 내각의 로동성과 교육성 두 기관은 노동력 공급을 위해 항상 공조하고 있다. 우선 로동성은 매년 말이 되면 교육성에서 제출하는 다음 년도 고등중학교 졸업예정자 명단을 넘겨받아 그 중에서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는 졸업자들을 노동력의 원천으로 삼기 위한 파악에 들어간다. 졸업자들 중에서도 노동력으로 공급할 수 있는 인원을 추산하여 선별 확정하고, 각 부문에서 필요한 인력 배치계획에 따라 종합신체검사(보건성 주관)를 통과한 인력들을 체계적인 방법으로 기술직, 기능공 등으로 결정한다. 이와 동시에 공장, 기업소, 연구소, 농장 등 전문 기술기능인력 요구에 따라 내각들이 주도하여 기술 기능 훈련소 인력배치와 교육훈련 지원을 한다. 대략 이런 방식으로 북측 노동력의 수요와 공급이 결정된다.

마지막으로 노동자들의 가장 큰 단체라고 볼 수 있는 조선직업총동맹(직맹)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현재 조합원 250만 명을 보유한 직맹은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조선사회주의녀성동맹, 조선농업근로자동맹과 함께 4대 근로 단체에 속하며 최고인민회의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직맹에는 노동당에 가입하지 못한 30세 이상의 노동자, 기술자, 사무원 등 거의 모든 직장인이 가입되어 있는데 이중에서 조선농업근로자동맹, 조선민주여성동맹, 사회주의로동청년동맹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회원들을 제외가 된다. 직맹은 중앙당(조선로동당)의 지시와 감독을 받다. 직맹의 간부들은 당에서 지명하며 이후 절차를 거쳐 선출되며 직맹의 중앙기관과 산업별 직맹, 초급 단계의 직맹 지도부 등은 모두 열성당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직맹은 전체 노동자를 하나로 묶어 사회적, 경제적 지위 향상과 권익 옹호를 위해 힘쓰는 대중적 근로단체라고 보면 된다. 노동자들도 사회적인 위상과 역할이 있는데 이를 대변하거나 권리를 찾아주며 경제적인 복지 혜택 등 경제적인 지위향상도 직맹에서 보장해주는 기능이 있다. 직맹의 정체성을 살펴보면“노동당의 옹호자이며 당의 영도하에 모든 활동을 전개하며 노동계급의 통일과 단결을 강화하며 그들을 당 주위에 결속시켜 당이 제기한 혁명수행에 조직 동원된다”는 규칙이 있어 노동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직맹은 당과 노동계급을 연결시키는 인전대(벨트)이며 동맹원들에 대한 사상교양단체의 역할도 감당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또한 직맹은 수령과 조선노동당의 방침과 노선을 노동 분야에서 관철하는 노동자단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렇다고 노동당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보조단체나 어용단체라고 오해하기 쉽다. 노동당의 정식 명칭이“노동자의 당(Workers’ Party of Korea)”인 것처럼 당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자본가들이 이끌어가는 남측사회와는 달리 북측사회를 이끌어가는 주체는 노동자 계급이며 노동자를 대변하는 단체임을 알아야 한다. (계속)